[전기기기공학] 01.자기 회로
여러 전기기기들을 다루기에 앞서, 자기 회로에 대해 먼저 알아보도록 한다.
자기 회로? 전기 회로랑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전기 회로가 전압(V), 전류(I), 저항(ohm) 등으로 구성된 회로라면, 자기 회로는 자속(flux), 자기 저항(reluctance), 기자력(Mmf)으로 구성되어있다.
'아니 전기기기를 배우는데 전기만 알면 되는 거 아니야? 대체 자기 회로가 왜 필요한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배웠던 물리 법칙을 상기해봄으로써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던 로렌츠 힘 법칙, 앙페르 법칙,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 패러데이 법칙 등등... 수식들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생각해보자.
로렌츠 힘 법칙 : 전하가 움직일 때(또는 전류가 흐를 때) 자기력이 발생하는 법칙
외르스테드 법칙 :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 자기장이 발생한다.
비오-사바르 법칙 : 전류가 흐르는 도선과 미소 자기장의 관계를 발견.
앙페르 법칙 : 직선 전류에 의한 자기장의 방향은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이 전류의 흐름을 가리킬 때 나머지 네 손가락을 감아쥐는 방향이다.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 : 세 손가락을 폈을 때, 엄지손가락은 힘의 방향, 검지손가락은 자기장의 방향, 중지손가락은 전류의 방향을 나타낸다.
패러데이 법칙 : 시간에 따른 자기선속의 변화는 기전력을 변화시킨다.
19세기 무렵 발견된 상기의 법칙들을 통해, 전기 에너지와 자기 에너지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을 통해 전류가 흐르는 도선이 자기장 속에 놓이면 힘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전류가 흐르는 도선에 작용하는 힘을 이용한 전기 모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어찌보면 이 시점이 전기기기공학의 시작이라 볼수도 있겠다. 위 법칙을 통해 전기기기를 동작하기 위해선, 전기와 자기의 관계, 그리고 이 둘을 통해 만들어지는 운동 에너지를 이해해야하며, 자기회로를 알야아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겠다.
본 장에서는 자기 회로에 대한 설명 위주로 진행한다. 아무래도 책 내용 순서상 전기-자기 에너지 변환만 적용되는 변압기를 먼저 설명한 후, 역학 에너지 전환까지 활용하는 직류기, 유도기, 동기기로 넘어가다보니 공통적으로 활용하는 자기 회로에 대해서 먼저 진행한다.
1.1 자기 회로
1.1.1 i-H 관계
전류(i)와 자계(H)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과거 외르스테드가 나침반 인근에 전류를 흘렸을 때 자침이 흔들리는 현상을 발견했고, 이를 확장해서 비오-사바르 법칙, 앙페르 법칙이 나타나게 된다.
주요 공식은 다음과 같다.
$$\oint H\bullet d\textbf{l}=I$$
$$H=\frac{I}{2\pi r}$$
H는 전류 I에 의해 유도되는 자계세기이다.
1.1.2 B-H 관계
자기장의 밀도와 자계와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법칙이다. 일반적으로 전류가 흐르는 도선만 권선되었을 때 자기선속이 통과하는 진공 투자율과 자성체의 고유 투자율을 곱한 수식으로 구성된다.
자계의 세기(H)앞에 붙는 2개의 상수는 각각 진공 자기 투자율(u0)과 매질의 비투자율(ur)을 의미한다. 공기, 전도체(알루미늄, 구리 등), 절연체의 비투자율의 값은 1이다. 자계가 발생될 때 자기선속량을 증폭시키지 못한다. 반면, 아연이나 코발트, 니켈 등 강자성 재료 매질의 비투자율은 수백~수천까지 이른다. 전기기기에서는 비투자율의 값이 2000~6000 사이의 강자성 재료가 사용된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동일한 자속밀도를 만들기 위해 공기를 매질로 사용하는 전자석에 비해 강자성 재료를 매질로 사용하면 훨씬 작은 전류로도 동일한 자속밀도를 만들 수 있다. 전류가 적게 흐르니 열도 적게 발생되고, 열이 적게 발생되니 구리 도선의 직경이 작아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자성체를 활용하는 것은 전력밀도, 자속밀도를 크게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1.1.3 자기 등가 회로(Magnetic Equivalent Circuit)
자기회로는 전기회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먼저 전기회로를 생각해보자. 전압은 전하가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 차이를 나타내는 물리량을 의미하고, 전류는 전하의 흐름을 의미한다. 이때 전하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저항이 된다. 자기회로도 마찬가지이다. 기자력이 자속이 이동할 수 있는 에너지 차이를 나타내며, 자속은 자기장의 흐름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기장의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자기 저항(리럭턴스)이다.
자기 등가 회로를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토로이드 코어에 N회의 권선을 감고, 전류 i를 흘리는 상황을 가정한다. 토로이드 코어는 자기회로에서 전류가 흐르는 도선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속은 오로지 토로이드 철심 내에서만 흐르며, 외부로 누설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이때 자계의 세기 H는 아래와 같다.
이때 l은 자기 회로의 길이인데, 토로이드 코어이므로 2*pi*r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자속밀도와 자계의 세기 공식을 대입하고, 누설 자속이 없다고 가정하면, 총 자기선속량은 자속밀도 X 단면적으로 도출 가능하다.
$$\phi=\int_{A}^{}\textbf{B}\bullet d\textbf{A}$$
$$\phi=BA=\frac{\mu NiA}{l_{c}}$$
자속 수식에서 자속밀도를 기자력에 관한 수식으로 변환해서 도출하면, 아래와 같은 수식이 된다.
1.1.4 자화 곡선
전기회로와 자기회로의 수식 구조는 유사한 면이 있지만, 실제 동작 시 차이점도 있다. 자기회로에는 포화라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우리가 앞서 본 수식에 의하면 자속밀도와 자계의 세기는 선형적인 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일정 이상의 자계 세기에 도달한다면, 자속밀도가 비선형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자기 저항이 자속밀도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포화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도선에 전류를 흘려줌으로써 원하는 자속밀도를 달성하고자 했으나, 아무리 전류를 많이 흘려도 자속밀도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현상을 마주친다.
쉬운 이해를 위해서 1을 넣으면 2가 나오고, 10을 넣으면 20이 나오는 기계가 있다고 가정하자. '100을 넣으면 200이 나오겠지'라고 생각해서 100을 넣었더니, 150만 나왔다. '1.5배만큼 나오니까 그럼 140 정도 넣으면 210이 나오겠네?'라고 생각해서 140을 넣었더니 이번에는 180이 나온다. 내가 예측한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기계의 문제점이 뭘까? 만약 앞서말한 숫자가 내가 가진 재산이나 투자금이라고 친다면, 예측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꼴이니 전체적인 자산 계획이 흐트러지고, 투자 대비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니 결과적으로 손해를 입는다.
다시 자기회로로 돌아와서, 포화가 된다는 것의 의미는 인가하는 전류 대비 원하는 자속밀도가 나오지 않으며, 예측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전체적으로 시스템의 불안정을 야기하며, 전류가 더 많이 흐르게 되면 손실이 발생한다. 예측하지 못한 자속밀도와 손실 증가는 필연적으로 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을 잃게 한다. 심각한 경우 자기회로가 파손될 수도 있다. 우리가 변압기나 모터를 활용하는 영역을 생각해보자. 초고압의 계통을 승압/강압하기 위해 변압기를 쓰거나, 최근 전기자동차에서 전기모터를 활용한다. 이때 신뢰하지 못하는 자기회로, 모터회로가 들어간다면? 만약 어떤 외부 문제로 과전류나 기타 문제상황이 발생해서 포화 영역에 들어간다면?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엉망이 되고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포화 문제는 굉장히 주의해야하고, 피해야하는 현상이다.
1.1.5 공극의 자기 회로
그럼 포화를 막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울까? 변압기에서는 일반적으로 공극을 추가해서 해결할 수 있다. 모터의 경우 고정자와 회전자로 구분되면서 공극이 필연적으로 들어간다. (고정자랑 회전자가 자성체로 연결되어 있으면 회전을 못 한다. )
공극은 자성체와 다른 자기 저항을 갖기 때문에 자속 경로에서 수식을 도출할 때 유의해야 한다. 공기의 자기저항은 굉장히 크기 때문에, 동일한 전류를 흘렸을 때 쇄교하는 자속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결국 자속밀도의 감소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공극이 포함된다는 것은 기존 자성체로만 구성되었던 자속 경로 외에도 공기 중으로 자기선속이 누설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토로이달 같이 자속 경로가 자성체로만 구성된다면 자기저항 차이가 크니까 공기 중으로 누설되는 자속이 굉장히 적었지만(아예 없지는 않다. 하지만 쉬운 이해를 위해 보통 무시한다), 아예 자속 경로에 공기가 들어가게 되니 공기 중으로 누설되는 프린징 현상(effect of fringing)이 발생되는 것이다.
공극이 포함되면 프린징 현상도 생기고, 자속밀도도 줄어드는데 왜 넣는가? 공극이 들어가면 포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데 이는 B-H에 대한 선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비록 자계의 세기에 비해 자속밀도가 낮아지지만, 예측한 자속밀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는 시스템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공극을 조금만 포함해도 투자율 차이가 크기 때문에 포화가 쉽게 예방된다.
p.s. 근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동일한 자속밀도 내지 자속량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전류를 흘려야하지 않나? 결국 안 좋은거 아니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를 설명하려면 꽤나 많은 분량을 할당해야하므로, 길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실질적으로 자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전기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를 사용한다. 자기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할 때 절대적인 자속량의 크기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시간에 따른 자속 변화량을 키워서 에너지 전달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시간에 따른'이라는 말은 자속이 변화하는 시간을 감소시키는 방법으로도 에너지 전달량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일단 이 정도로만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1.1.6 인덕턴스
인덕턴스는 단위 전류에 의해 발생되는 쇄교 자속량을 의미한다. 인덕턴스를 통해 내가 전류를 흘렸을 때 쇄교 자속이 얼마나 발생되는지 유추할 수 있다.